2021 F/W 패션 트렌드와 코로나의 공존에 대한 다시없을 가을 이야기. 2021년 가을, 또 한 번의 패션위크가 물리적 접촉이 없는 가상 세계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12개월 동안 노트북 스트린으로 런웨이 쇼를 보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전례 없는 이 컬렉션을 이해하기 위해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평가해보니 한 가지 관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지금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는 바로 가까이 있는 듯한 감정적인 옷을 갈망하게 됐다는 것. 프라다에서는 모델들이 옷자락을 가슴팍에 꽉 여몄고, 드리스 반 노튼에서는 댄서들이 옷을 가슴에 꼭 껴안았으며, 마린 세르는 친구들과 가족이 서로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송출했다. 한동안 패션을 정의해온 얼음장 같은 세련미와 과감한 의도 등이 따뜻함, 함께함, 기능으로 대체됐다. 물론 기능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끌로에의 야외 패치워크 코트와 미우미우의 따뜻한 오버올을 유용하다 할 것이고, 꾸미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프라다, 루이 비통의 섬세하고 매력적인 형태감에서 기능을 발견할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싶지 않다면, 발렌시아가와 디올의 넉넉한 데님 팬츠, 몰리 고다드의 주름 치마 정장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젠지들은 다시 떠오른 밀레니얼 시대의 팝 퀸들을 보며 잃어버린 광란의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미니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즐길 시간은 꼭 올 테니까. 패션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야 특별할 게 없지만 팬데믹과 기후 위기 속에 치러지는 이번 가을 패션위크는 단순하게 트렌드로 정의되지 않는다. 많은 컬렉션은 강렬하게 각자의 소리를 냈고, 일치하는 트렌드도 찾기 어려운 가운데 더 세분화되고 개별적인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 이후, 더 반항적인 개인 스타일과 새로운 하위문화의 재탄생이 부상할 듯하다. 상황이 제한될 수록 반발하는 힘은 거세니까. 어쨌든 우리는 곧 물리적 장소에서 쇼를 보고 직접 만나서 이런 얘기를 함께 나눌 것이다. 콜라주 테라피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 클로에의 가브리엘라 허스트, 마린 세르 같은 디자이너들은 코트, 드레스, 업사이클링 티셔츠를 생산하기 위해 사장된 원단을 패치워크해 재활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콜라주 의상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새롭고 독특한 미학을 통해 개개인의 자기 표현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바로 의미 있는 마음과 조화를 이룬 패션인 것이다.
플리츠 플리즈 각이 잘 잡힌 파워 테일러링 슈트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주름 치마와 합을 맞춘 식으로 자연스럽게 변형되어왔다. 막스마라, 셀린, 3.1 필립 림의 차분한 슈트는 가을 오피스 룩에 잘 어울리고, 초포바 로웨나, 몰리 고다드, 필로소피 디 로렌초 세라피니의 타탄체크 스커트는 보다 과감하고 펑키한 인상을 준다.
로고 마니아 대문짝만 한 로고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브랜딩은 여전히 디자이너들의 숙제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새로운 종류의 로고, 즉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는 키 프린트를 새로 디자인했으며, G와 G가 연결된 지방시의 시어한 톱과 레깅스 세트, 슬립과 타이츠에 FF 로고를 부활시킨 펜디 등이 새로운 로고 마니아로 등극했다.
밤의 드레스 유럽 전역에 걸쳐 어둡고 퇴폐적인 아우라가 런웨이를 지배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에서는 반짝이는 스툴을 꼭 쥔 모델들이 등장했고, 시퀸 드레스를 입은 드리스 반 노튼의 댄서들은 생경한 움직임의 포트레이트를 남겼으며, 생로랑과 지방시의 화려하지만 암울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은 창백하고 아름다운 뱀파이어 같았다.
스키 버니 대자연은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유보적인 존재였다. 곧 겨울이 다가오면, 우리는 슬로프를 타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미우미우와 톰 브라운 둘 모두 산꼭대기에서 그들만의 쇼를 무대에 올렸고, 지방시, 에밀리오 푸치는 스키에 잘 어울릴 아일랜드식 양털 니트를 선보였다. 우리는 이제 파우더 스키만 타면 된다.
팝 프린세스 밀레니얼 시대에 대한 향수가 극에 달하자, 당시의 잇걸 스타일이 대거 부활했다. 블루마린, 킴 수이, 알릭스, 디스퀘어드2는 파스텔 컬러의 미니드레스, 크리스털 티아라, 조각들을 끈으로 묶은 선셋 스타일 등을 디자인해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팝 퀸, 아니 2021년의 두아 리파, 블랙핑크가 연상될 만한 스타일을 제안했다.
버블팝 둥글납작하고 거품 같은 모양은 락다운 초기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F/W 시즌, 실루엣은 누에고치 같은 스타일에서 좀 더 펌핑이 된 타원형 형태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예가 루이 비통과 생로랑이다. 여성스러우면서도 보호적인 이 새로운 형태는 몸에 착 달라붙는 실루엣의 유행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원피스 원더 캣우먼 슈트를 입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생각에 몰두한 듯한 톰 포드와 라콴 스미스는 아주 아슬아슬하고 섹시한
빅 데님 스웨트 팬츠의 시대가 드디어 저무는 걸까. 헐렁하고 통이 넓은 슬라우치 데님이 발렌시아가, 와이프로젝트, 알베르타 페레티 등에서 핵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조금 더 단정한 모양이 고민된다면, 샤넬, 디올, 셀린느의 데님을 고려하자. 튼튼하고 통이 큰 이 데님들은 스웨트 팬츠 다음을 대비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임이 확실하다.
랩 파티 누가 담요는 옷이 아니라고 했나. 멧갈라에서 에이삽라키와 리한나 커플의 레드카펫을 장식한 담요. 조나단 앤더슨의 기교 있는 담요 드레스는 확실히 능숙한 장인의 솜씨다. 폰초와 망토는 마르니, 끌로에, 에르메스에서 각각 이국적인 방식으로 재탄생했고, 루이 비통과 릭오웬스는 전위적인 오라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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